간호사 태움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한 이후로 간호부는 조직의 문화 개선을 위해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화개선으로 인해 신입 간호사,

저연차 간호사들의 병원 생활은 편해졌을지 몰라도 경력직 간호사들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으며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대부분 부서에서 허리 역할을 해야할 중간 연차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경력 간호사의 사직률도

만만치 않음에도 간호부, 수간호사들은 오직 신규 간호사의 사직률에만 매달리며 경력 간호사들의 호소에는

눈 감고, 귀닫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포함된 노조에서라도 경력 간호사들의 처우 문제에 귀기울여주시기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 역시도 인격을 모독하고, 사람 자체를 부정하는 불필요한 태움 문화를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개선해야할 사항이 있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 또한

선배 간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은 한다고 했는데 잘못에 대해 지적받는 것을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지만 이것 또한 태움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간호부에서 '태움 문화 근절'을 시작하고 고연차는 무조건 태움의 주동자, 나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고 신입 간호사, 저연차 간호사들에게만 귀기울이고 신경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연차 간호사들은

저연차 간호사들에게 말 한 마디 건네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어서 얘기했을 뿐인데 며칠이 지나면 어김없이 수간호사에게 불려가 태움을 추궁 당하며

질책을 당했고, 저연차 간호사들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말투 지적을 당하기도 하고,

신입 간호사와 인수인계시에는 언제 오셨는지 수간호사가 뒤에 조용히 서서 태우는지 감시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고연차 간호사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잘못된 것에 대해 알려주었을 뿐인데 매번 수선생님께 불려다니는 것에 지쳐 이제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병동이 어떻게 되어가든 그저 내 할일만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입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된 병동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도 환자, 보호자가 모르니까 그냥 조용히 묻고 넘어가고 그로 인해 같은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발전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으며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해 다들 무뎌지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간혹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간호사는 '꼰대', '유도리 없고 꽉 막힌 간호사',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되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수액으로 0.9% NS 1L 처방난 당뇨 환자에게 5DW0.45%NS 1L 수액을 달아놓아도

문제 삼을 수가 없고, 그냥 조용히 덮고 넘어가야 했으며 이를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 그 사람은 그냥 입을 다물었으며, 0.9% NS에 mix해야할 항생제와 5% DW에 mix 해야 할 항생제가

있었는데 NS에 mix해야할 항생제를 5%DW 에 mix 해 그것을 본 한 선배 간호사가 지적을 하자 아무렇지 않게

그럼 5%DW에 mix 해야할 항생제를 0.9% NS에 mix하면 된다고 답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 선배 간호사가

그것이 어떻게 해결 방안이 되냐고 여러 차례 물었음에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이것을 왜 문제 삼냐는 듯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며 선배 말을 무시해도 그 선배 간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못했냐고요? 문제 삼아봤자 제일 높은 시니어나 수간호사나 그냥 조용히 묻고 넘어가자고

문제 삼는 간호사를 유별나다고 할 것이고, 후배들 역시 그 후배가 해결한 방법으로 조용히 넘어가면 될 것을

굳이 걸고 넘어가는 선배 간호사를 욕하고 배척할 것이 뻔한데 그 선배 간호사는 무슨 힘이 있었을까요....

 이 외에도 제가 직접 겪기도 하고 듣기도 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있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이제 후배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를 태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잘못된 것에 알려준 것에 대해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며 선배 간호사를 따로 불러내 기분 상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선배의 평소 업무 태도까지 지적하며 비판하였고, 자신과 20년 이상 연차 차이가 나는 시니어에게

다른 시니어와 비교하며 업무 스타일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투약 사고나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해

알려줄 때도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티내며 선배의 말을 도중에 끊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또한 수간호사의 업무 지시에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불복종하고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다른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니고 그것을 들은 동료들은 그 행동을 장하다며

추켜세우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수간호사도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는데 시니어들에 대한 태도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가실거라 생각합니다.

 전체 인계시간에도 앞에서 시니어가 인계를 하던말던 필담이나 잡담을 나누며 킥킥거리고 듣지 않고,

그러다가 나중에 자신이 필요할 때는 이미 전체 인계시간에 말한 부분인데도 당당하게 못 들었다며

물어보는 일이 부지기수 입니다.

 그러나 시니어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말해봤자 후배들의 반발심만 사서 대놓고 무시를 당하거나

어김없이 수간호사에게 불려가 혼이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차 무언가를 할 의지가 없어지고

갈수록 무기력함에 빠져들 뿐입니다.

 

 그러나 병동에 저연차 간호사들 수는 너무 많고 수간호사를 포함한 모두가 대부분 그들의 편이므로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선배간호사를 무시하고 이기려고 들고 보호자 응대와 전화를 받기 싫다며 처치실에

숨어서 자기들끼리 선배의 이름을 호칭없이 불러대면서 뒷담화하고 욕하고, 다음 근무번이 출근하면

갱의실에 들어가 한참을 또 놀다가 나오고, 그러면 남은 응대와 업무는 시니어들이 다 처리해야 함에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러한 행동은 점점 심해지고.....

시니어들은 점점 등골이 휘고 있지만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그들은 그저 하루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출, 퇴근을 반복할 뿐입니다. 부서에 대한 애착과 정? 이미 진절머리 내며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것이 과연 제가 속한 부서만의 문제인가요? 그리고 간호부가 그린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이 이런 것이 맞나요? 

그래서 윗 분들은 이런 모습에 만족하시나요?

 

 어느날은 수간호사가 저연차간호사들을 한명씩 불러 병동에서 제일 소리지르고 못 되게 구는 선배가

누구냐고 묻고 대답을 안 하면 한 명의 이름이 나올때까지 추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시니어들에게는

누구 때문에 제일 힘들고 누가 잘 따라주지 않냐고 묻지 않으시나요?

괴롭힘은 무조건 위에서 아래로만 있는 것인가요? 상처는 후배만 받나요?

선배도 후배때문에 상처 받습니다.

오히려 시니어들은 혹시라도 능력이 없어서 당하는 거 아닌가 라는 말을 들을까봐 어디가서 후배때문에

힘들다고 말도 못 하는데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고 또 꼰대 한 명이 같잖은 글 써놨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꼭 한 번은 생각해보고 짚고 넘어갈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저격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무조건 주임 간호사들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간호부에서 그렇게 중시하는 조직문화 개선이 한 곳에만 치우치지 않기를, 어느 쪽만 위해주고

다니기 좋은 병원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주고 모두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입니다.

  •  

anonymous

2021.03.13 17: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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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공감합니다...

을질하시는 을이신척 하시는 후배님들. 무섭습니다 이제

 

anonymous

2021.03.14 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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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언제부터 병원에서 3년차까지 신규라고 불리는 마법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병동에서 3년차까지 사고가 일어날때마다 신규라서,,신규라 뭘 모르니까,, 라는 이유로 쉴드치고 묻어둡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이제는 화가 나는 걸 떠나서 우리 병원의 환자가 정말 안전한게 맞을까 궁금하고 겁이 납니다. 사고가 너무 많아서요.. 항상 이런식으로 묻어두고 덮어두고, 그럴 수 있다, 기죽지마라.. 격려해주면 정작 본인들은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거나, 앞으로의 사고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고를 할 지 의문입니다. 이제는 경위서조차 안받습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고, 어떻게 해야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도 박탈한거죠.

 

간단한 투약사고는 기본이며..웬만한 약의 특징이나 복용법 등은 찾아볼 생각 없고... 가루로 된 관장약을 환자가 물에 타지 않고 그대로 삼켜 화상을 입었다고도 하고.. 임종상황에 침상정리하는데 본인들끼리는 핸드폰 보고 수다.. if off 들어간 밑에 연차 선생님들 환자 많아져서 다시 나와야한다고하니 모두 거부하여 윗년차는 생오프 잘려 출근하고.. 환자에 대한 공부? 함께 돕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겸손한 태도? '요즘 선생님'들에게 그런 마인드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요즘의 세태와 비단 이것이 간호계, 의료계에만 있는 일이 아닌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적어도 간호사라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태도, 지식, 기본 의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하는것 아닌가요. 이런 최소한의 것들이 부족한 부분들까지 왜 같은 간호사가, 그리고 어디까지, 얼러주고 달래주고 대신 맞아줘야 하는지 지치고 화가 납니다. 저희는 고연차이기 때문에 기분도 인권도 없어진 건가요..? 아니면 병원이 직장이 아니라 학교가 된건가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권리를 찾다못해 떠먹여주기까지 해야 하나요. 인권교육을 받은 특수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는 더이상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중간연차, 고연차들이 신규인 시절 간호사간 태움, 환자/보호자, 의사와의 갈등 속에서 고통 받을 때에도 간호부가 한번이라도 적극적이셨던적이 있나요? 저희의 신규시절 모든 아래 연차는 울면서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고, 부은 눈으로 갱의실에서 나오던 저희의 눈을 마주쳐도 피하시기 바빴던 수선생님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것이 몇년간 분명한 트라우마로 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날을 보상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제와서 신규 업어키우기에 윗년차를 참여시키고 싶으시다면 응원과 격려는 못할 지언정 적어도 모든 부담을 지우고, 질책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틀렸다는 겁니다.

 

지옥 같았던 신규시절을 지나 이제야 겨우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병원에 대한 애착으로 지내고 싶은 연차를 걷고 있습니다. 몇몇 아래연차의 이야기에 발끈하는 꼰대라고 하시기전에 꼰대가 아닌 몇몇 윗년차들은  그런 몇몇 아래 연차때문에 함께 피해를 보고 힘들어도 되는 사람들인건지 묻고싶습니다. 항간에 뜬 소문처럼 병원들은 신규간호사들로만 갈아치우면 그만이라던데 사실인건 아니겠죠.. 고연차도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병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anonymous

2021.03.16 18: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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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합니다. 고연차들이 죽어나가야 다시 또 법이 개정되려나요

anonymous

2021.03.21 02:13:37

투약 사고나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해

알려줄 때도 자신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티내며 선배의 말을 도중에 끊고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황스럽네요...

어느 동네가 그렇게 엉망인거죠?....

동네 문제가 아니라 간호본부 자체에서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거겠죠?.. 우쭈쭈 문화...

 

 

anonymous

2021.03.25 11:16:54

바쁜거 같아 도와줘도 짜증내고 화내고 본인 기분 나쁜거 대놓고 표현하는데... 정말 눈치 보이네요.

anonymous

2021.05.06 11:46:30

선배가 실수하면 잡아먹을 듯이 무슨말씀이세요? 이러는 후배님들..진짜 역지사지해봐야 정신차리지요..

그거 아세요? 본인들도 선배가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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