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다른 생각’을 융성케 하라 <세계일보>2012.6.1

 

절대자 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나와 다름을 존중해야 문화 발전

 

역사에서 ‘다른 의견’을 말살하던 시대는 수없이 많았다. 진시황은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후 제자백가들이 펼치는 ‘다른 의견’의 향연인 백가쟁명을 억압하기 위해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묻어버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독재와 폭력이 지배하면 박해받은 ‘다른 의견’은 숨어버리고 곧바로 독단과 조직화된 집단주의가 만들어낸 광기에 휩싸인다. 네로의 시대가 그랬고, 히틀러의 시대도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독재자 혹은 그 시대를 떠받치던 정치공동체의 이념에 ‘다른 의견’을 낸 사람은 단지 신념과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광분해 날뛰는 국가권력의 희생자가 됐다.

 

비단 정치의 현장뿐일까. 도덕적·종교적 신념이라는 내면세계에 국가권력이 끼어들어 침범할 수 없는 개성의 권리를 침탈하는 일도 수없이 벌어졌다. 독일의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에서는 ‘성서의 진리’를 실천하는 종교개혁자 칼뱅의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칼뱅 자신조차 종교적으로 ‘다른 의견’을 낸 소수자이자 피압박자이면서 제네바에 신정국가를 건설한 이후 ‘다른 의견’ 모두를 억압하는 아이러니의 결말을 묘사하고 있다. 절대권력을 쥔 칼뱅은 혼자만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오만한 확신을 통해 신정국가인 제네바에서 잔인한 박해와 살인을 서슴지 않는다.

누군가 성서에 대해 자신과 다른 해석을 한다고 해서 고문하고 죽이는 일은 물론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야하고, 자신의 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장작불로 태워 죽이는 일조차 예사롭게 행한다. 당시의 제노바에서는 칼뱅의 기독교 세계관 이외의 어떠한 다른 생각은 존재할 수 없었다.

시의 종교국은 끊임없는 기독교 비판자를 밀고를 통해 잡아들이고 시민의 자유를 질식시켜 버렸다. 연극·오락·민속축제·춤 등의 유희가 금지됐다. 종교국의 허락 없이 재단사는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만드는 것도 금지됐고, 책을 인쇄하거나 외국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것과 온갖 형태의 예술행위도 금지됐다. 오로지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는 일 이외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 절대자 칼뱅을 향해 카스텔리오라는 인문주의자이자 독실한 신앙인이 종교적·도덕적 신념이라는 개인의 내면세계에까지 국가가 끼어드는 것은 침범할 수 없는 개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이라고 ‘다른 의견’을 냈다. 카스텔리오는 결국 칼뱅의 집요한 성서정치의 덫에 걸려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서구의 역사 속에서 카스텔리오의 ‘다른 생각’의 메아리는 무수한 다른 생각의 사상가를 만들어냈다.

 

문화예술이야 한마디로 ‘다른 의견’이 서로 각축하는 세미나 장이 아닐까 한다. 화가 김병종은 전북 남원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운동장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은 물감으로 그려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지배하던 시절 이 소년은 도화지 위에서 붓으로 그리는 그림만 그림이 아니라는 ‘다른 생각’을 했다. 물론 물감 살 돈이 여의치 않았던 사정도 있었다지만, 지리산 자락에서 싹튼 ‘다른 생각’은 화가 특유의 독창적 화풍으로 생명의 노래라는 세계관을 창조했다.

지금 한국의 문화계는 수많은 카스텔리오가 ‘다른 의견’을 생산하고 있다. 게임. 영화. 드라마. K-팝. 음악. 미술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독창성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경제의 융성까지 이끈다.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생각을 꺾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에 다른 생각까지 보태는 일이다. 문화의 발전은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으로부터 출발한다. ‘다른 의견’을 더욱 융성하게 할 전략(?)은 없을까.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


립삐

2012.06.05 07:24:31

다른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생각을 꺾는것이아니라 내생각에 다른생각까지 보태는일이다.? 그러네요..

고개숙여 한참을 생각케하는 글이었어요... 다른의견뿐아니라 관계에 있어서도 쉽게 융성,융화될수있는 세상에서 살고싶습니다.

멋진 간호사

2012.06.06 16:44:57

 간호부 관리자분들께 꼬~옥 전해주고 싶은 말이네요... 간호부는 너무 표현을 못하게 하네요.. 그래서 사직이 많은 것 아닐런지...

립삐

2012.06.07 04:40:55

이 글을 공유할수있도록 어딘가로 보내고싶어지는데요...히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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