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권교체 부른 '마약과의 전쟁', 그 불편한 진실

[분석] 부패 ·무능한 '불임정당', 정권탈환 성공 비결

이승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7-03 오전 1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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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전날 치러진 멕시코 대선 투표의 잠정 집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까지 71년간 장기집권하며 부패와 무능으로 악명 높던 정당이 다시 정권을 잡은 결과로 나타났다. 집권당 후보는 3위에 그치고,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의 예상대로 제1 야당인 제도혁명당(PRI)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이번 멕시코 대선으로 이뤄진 정권교체에 대해 국제사회에서는 떨떠름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도혁명당은 장기집권 기간 동안 혀를 내두르게 하는 부패, 게다가 멕시코 경제를 두 차례나 IMF 구제금융을 받게 한 무능한 정당으로 낙인찍혀 지난 2000년 정권을 잃었고, 많은 정치 논객들이 "다시는 집권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치부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 1일 멕시코 대선에서 페냐 니에토 후보가 스타 배우 출신 부인과 함께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성과 없는 '마약과의 전쟁'에 국민 염증

그것도 올해 45세의 젊고 잘 생긴 엔리케 페냐 니에토라는, '이미지형 정치인'이 멕시코의 새로운 대통령에 뽑혔다는 점에서 이번 멕시코 대선 결과를 두고 비판적인 평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권당의 패배요인으로 집권 6년 동안 지속한 '마약과의 전쟁'이 국민에게 끝없는 치안 불안만 가중시키고, 마약과의 전쟁에 치중하느라 서민경제가 파탄났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현 정부가 최대 역점을 둔 '마약과의 전쟁'이 성과는 없고 삶의 터전 곳곳을 전쟁터로 만들자 국민의 염증이, 다시는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제도혁명당의 부패· 무능 이미지를 능가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거꾸로 제도혁명당의 승리 요인은 부패· 무능 정당의 이미지에 대해 눈을 멀게 하는 연예인 같은 정치인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이 후보를 내세워 현정부를 비난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낸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페냐 니에토 당선자의 선거전략바로 마약과의 전쟁에 지친 민심, 그리고 서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달래는데 집중됐다. 치안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방경찰력을 두 배로 증원하고, 국내총생산(GDP) 연 6% 성장, 서민경제 살리기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길 수도 없고, 이기려는 의지도 없는 전쟁"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집권당의 최대 패배요인이 된 '마약과의 전쟁'의 실상도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에는 군사조직과 다름없는 마약카르텔이 있다. 현재의 집권당은 지난 6년간 이 마약카르텔를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제 전쟁을 벌였다.

장갑차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소총과 수류탄으로 맞선 마약 갱단과 며칠씩 교전을 벌여 수십명을 사살하고, 군경도 희생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군경 관계자들이 마약카르텔의 보복으로 살해되고, 고위관계자들은 갱단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는 등 마약카르텔을 분쇄하기는커녕 오히려 군경의 무능과 부패만 부각됐다.

그뿐이 아니다. '마약과의 전쟁' 6년 동안 사망자는 5만5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권단체 등은 실종자 5000~1만 명 등을 더해 7만1000명이 숨졌다고 주장한다. 희생자 중 군경은 3000명 이상, 어린이도 1000여 명에 달한다.

문제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렇게 아무 성과도 없었던 진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길 수도 없고, 처음부터 이기려는 의지는 없는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값싸게 마약을 생산할 수 있고, 무기소지도 합법이고, 청부살인도 몇 푼 쥐어쥐면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적 자원도 풍부한 멕시코의 현실에서 마약카르텔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도시의 유령 게릴라'와 싸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마약은 멕시코의 주력산업"

심지어 마약카르텔 자체가 군경 출신의 제2의 직업이 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는 8대 마약카르텔이 있다. 가장 악명높은 '제타스'라는 카르텔 자체가 멕시코 군 출신 14명이 1989년에 만든 신흥조직이다. 카르텔끼리의 세력 다툼은 군경과의 전쟁보다 더 치열하다.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방법으로 상대 카르텔을 공격하고 보복한다.

지난 5월 고속도로 주변에서 머리와 사지가 절단된 50여 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도, 제타스가 다른 카르텔의 도전에 대한 경고로 벌인 사건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불과 며칠을 앞두고 멕시코의 국제공항에서 마약 갱단이 경찰 3명을 사살한 사건도 벌어졌다. 국민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기려는 의지도 없는 전쟁'이라는 지적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멕시코 마약 조직은 미국에서 불법 거래되는 마약 공급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우리 돈으로 50조 원이 넘는 수익사업일 뿐 아니라,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현금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멕시코 경제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몇 배가 된다는 것이다. 즉 마약은 멕시코의 주력산업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실제로 마약사업을 근절하면 멕시코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마약카르텔을 실제로 없앨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권교체가 의미하는 것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정부에서 마약 카르텔과 타협해 일반인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하는 정부로 바뀔 뿐이라는 지적이다.

'미디어 정치인'의 승리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전형적인 '미디어 정치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페냐 니에토 당선자는 제도혁명당이 재집권을 위해 당의 부패 이미지를 가려줄 얼굴마담으로 키운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연예인을 뺨칠 외모에, 2년 전에는 멕시코의 유명 스타재혼하면서 대중인기가 더욱 치솟았다고 한다.

니에토는 선거 유세 중 좋아하는 책 세 권의 제목을 말하라는 질문에 5분이나 걸려 답했는데, 그것도 성경과 엉터리 제목 두 개를 대서 '무식하기 이를 때 없는 후보'라는 조롱을 받았다.

또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멕시코 서민의 주식인 토티야의 가격도 몰라 망신을 당했다. 멕시코 유권자들은 이런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AFP> 통신은 니에타의 당선에 대해 "완벽하게 연출된 '대통령 만들기' 리얼리티 쇼"라고 꼬집었다.

제도혁명당의 집권 이후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두 번 받을 정도로 경제를 파탄시켰던 정당이 연평균 6% 성장시키겠다는 공약을 한 것 자체가 허구일 가능성이 높고, 전체 인구 46.2%가 빈곤층인 멕시코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한다는 것도 말뿐이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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