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개최

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 토론패널로 나서 “영리병원 도입은 보건의료인력의 파견근로 허용, 비정규, 상시적 불안 가중 될 것

 

11일 오전 10시 서울 국회의원회관(신관) 소회의실에서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의 주최로 ‘영리병원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임 준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 우석귱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문, 문흥기 송도국제도시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이종석 지식경제부 지식서비스투자팀장,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패널토론자로 참석했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 김경자 부위원장(무상의료 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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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

 

토론회 시작에 앞서 김용익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영리병원 도입 및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말하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비영리병원 중심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혼란을 야기하고 의료공공성 약화, 건강불평등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익 의원은 “외국인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이유가 영리병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단호히 말하며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인천시가 국민 정서와 민주통합당 당론에 맞게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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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보건의료노조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며 임준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부는 그동안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경제효과와 일자리 창출효과를 영리병원 도입의 근거로 대왔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돌이켜보건대 미국의 경우 미국 시사 주간지에서 2007년 미국 전역의 5,462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2개의 최고 병원을 선정했는데 그 중 영리병원은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다. 메타분석 기법을 사용해 영리병원과 비영리 병원의 질을 다룬 15개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다른 모든 요인들이 동일하다 가정했을 때 영리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 병원의 환자들에 비해 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 영리병원에서 일 하는 간호사의 월급 역시 비영리병원에서 일 하는 간호사보다 더 적었고 1987년부터 1998년까지 비영리병원에서 영리병원으로 전환한 병원들은 인력을 감축한 점, 비영리병원에 비해 영리병원에서 예방 가능한 의료 과실이 1,6배 많고 수술 부작용 2,6배, 예방 가능한 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인한 의료과실은 무려 4배나 높았다는 점 역시, 캐나다의 경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19%정도 병원비가 더 비싸다는 점 등이 눈길을 끈다.

이유는 무엇일까? 임 준 교수는 영리병원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야 할 의무가 영리병원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이나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시장 원리가 전문가들의 윤리 의식 침식 ▲운영의 효율성의 문제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8개 주의 영리병원을 분석한 결과 영리병원이 총 진료비와 행정 관리 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병원은 대출로 운영비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이자비용도 높은데 이 역시 환자들의 의료비로 전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행정관리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 이유는 관리비의 규모가 크고, 약제비와 의료 장비 이용료가 비싸며 입원 환자들이 이용하는 부가서비스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비영리병원보다 세금 부담이 높고 투자자수익 배당, 마케팅의 부담도 높다. 이런 비용들이 환자들의 의료비로 전가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임 준 교수는 발제를 정리하며 “영리병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며 의료비 상승, 건강보험 약화, 자원 분배 비효율성 증가, 불형평성 심화 등 한국이 지금까지 경험하고 있는 보건의료의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경제자유구역법의 영리병원 설치 규정을 삭제하는 등의 전면적 재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영리병원 도입의 전초기지인 인천에서 영리병원 도입 저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은 “임 준 교수의 발제에 동의 하며 송도영리병원이 재정위기의 인천시 경제를 살리고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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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 ⓒ 보건의료노조

 

유숙경 본부장은 우선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현재 법으로 제한돼있던 보건의료인력의 파견업무가 가능해 질것이라 경고했다. 경제자유구역 17조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송도에 들어서는 영리병원은 근로기준법 55조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게 무급휴일을 줄 수 있고, 파견근로 대상업무를 확대하거나 근로자 파견기간이 2년을 못해도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수익 창출을 위해 필연적으로 의료비를 상승시킴과 함께 인건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는 병원이 물건을 생산하는 곳이 아닌 사람이 사람을 진료하고 간호하는 특성을 가져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모든 영역을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원이 경영난에 처하면 가장 먼저 인력구조조정을 행한다. 병원들은 편법으로 수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데 이들은 동일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있다. 당연히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의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관광재단의 설립과 인천시 예산 증액이 인천의료원과 경인의료재활센터 등의 공공의료분야 예산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유숙경 본부장이 지적했다. 이미 2011년 인천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선정한 ‘2010년 지역건강통계’ 경제적 이유로 인한 미치료율 3위라는 ‘멍에’를 달성한 적 있다. 인구가 280만명이나 되는 광역시임에도 인천에는 공공의료기관이 4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이 인천에 설립되는 것은 인천시민들의 의료복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숙경 본부장은 “현재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시민들이 많은 인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부담 없이 제공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론도 제기됐다. 문흥기 송도국제도시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이종석 지식경제부 지식서비스투자팀장,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영리병원 도입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