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열차를 향해 손 흔들던 딸 /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 2012.06.18.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어머니는 서울로 가는 새마을호를 향해 손녀를 안아 올렸다. 격주로 애를 보기 위해 시골집에 왔다가 돌아가는 아들 부부가 한 번이라도 더 애를 보라고 철로변에 나온 것이었다. 시골집은 철로에서 멀지 않았다.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시속 150㎞로 달리는 새마을호 안에서 그 모습은 잠깐이었지만 아내는 또 한 번 눈물바람이었다.

막 젖을 뗀 큰애를 2년 가까이 시골 부모님댁에 맡겼다. 안정적으로 돌봐줄 사람을 찾다 보니 할아버지·할머니밖에 없었다. 둘째가 태어나자 아내는 육아휴직을 하고 큰애를 데려왔다. 그나마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이라 다행이었다.

아내가 복직하면서 애들을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듯 자는 애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혔다. 출근하면서 애들을 맡기면 아내가 퇴근하면서 데려왔다. 아내가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비상이 걸려 우왕좌왕하다가 싸우는 날도 많았다.

요즘 보육 현장의 혼란을 취재하다 보면 10여년 전 애들 키울 때가 생각난다. 지나고 보니 그때 좀 힘들더라도 큰애도 데리고 키웠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큰애와 부모 자식 간의 정서를 회복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는 지금처럼 정부의 보육료 지원 같은 것은 없었다. 모두가 스스로 알아서 키웠다. 올해 보육·유아교육 예산은 8조1934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맞벌이 부부들은 마땅한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해서, 어린이집 원장들은 운영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0~2세는 맞벌이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집에서 키우는 쪽으로 유도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다. 0~2세는 부모에 대한 애착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가급적 가정에서 키우도록 하고, 3~5세는 공동생활 등 사회성 발달이 필요하므로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0~2세까지 보육료를 지원하다 보니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0~2세는 돌보는 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정부도 1인당 40만(2세)~75만원(0세)이나 지원한다. 여기에다 정부와 국회가 0~2세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주는 보육료를 모든 소득 계층으로 확대하면서, 집에서 키울 때 주는 양육비는 소득 하위 70%까지로 제한해 부모들이 0~2세를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부채질했다. 그러다 보니 0~2세의 어머니 취업률은 29.9%인데, 지난해 0~2세 보육 시설 이용률은 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로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생겼다.

 

0~2세 보육 정책은 집에서 키우는 것을 돕는 쪽으로 빨리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육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것 말고도, 0~2세를 키우는 부모들이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가정에서 키우더라도 필요할 때 잠깐씩 애를 맡길 수 있도록 일시 보육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산도 절약하고 젊은 부부들에게 육아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방법이다.

 


립삐

2012.06.22 12:14:08

육아문제를 기쁨이라기보다 걱정과 한숨과 투닥거리고...ㅠ > < 부담으로 느껴야하는  지금 현실이 밉다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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