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길러내고
기억과 회억 한데 버무리며
우둔한 뿌리를 봄비로 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은 유지했으니...
-Thomas Stearns Eliot 황무지 중-
기웃거리는 봄과, 머뭇거리는 겨울사이에서 요 며칠 봄기운이 완연하다.
엘리엇은 순환하는 우주의 섭리 속에서 계절은 다시 봄이 되어,
버거운 삶의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4월'에 모든 생명체의 고뇌를 '잔인' 하다고 했다.
차라리 겨울이,
봄비로 잠든 뿌리를 흔들어 생명을 일깨워야 하는 고통보다는
죽어있을 때가 더 따뜻했다는 말이다.
이렇게 시인은 나의 봄은 아직은 따스할 수 없다는,
진실을 잔인하게 시위한다.
‘힘이 정의' 인 세상에서
아직은 어떠한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고,
혹독한 가해자들을 제대로 단죄도 못했으며,
그래서 나를 위한 해원도 아직이지만,
또한 그것은 잊고 싶은 끔찍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중첩된 의미이기도하다.
차라리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유지했던’ 지난겨울이 따뜻한 것은,
불온한 인간들의 ‘황무지’를 딛고 계속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거짓’은 ‘진실’을 잠식해왔다.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무한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인간의 품격'이다.
덮어진 진실 앞에서,
홀로도생과 상실의 부당함에 대한 헛헛함.
누군가에게 어떤 순간은 개인사에 완전히 부속되어 뇌기능이 멈출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담긴 영화,
2012년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성균관대학에서 김명호 교수가 해직으로 시작된 소위 ‘판사 석궁 테러사건’
이 영화가 오버랩 되는 것은,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들이 7,80년대 군부독재 시절도 아닌,
최근에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김교수의 역의 배우 안성기 씨가' 허위로 조작된 재판'을 받고 나온 직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민가자,
이 허접한 나라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고 싶어?’
영화 ‘부러진 화살’의 명대사들이다.
몰상식한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안성기 씨의 알 듯 말듯한 웃음의 엔딩 씬
나에게 “진실과 마주할 힘과 용기를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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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한다’ 는 특별한 익숙함으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모면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너, 참 안.됐.다.’
하지만 위기를 모면하려고 자신의 인격을 또 담보했다면,
“너, 꼭 그렇게 되.어.라.”
진실은 가려질 수 있어도, 그 값은 반면교사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상'에 있다.
아마도, 기억은 ‘시각’으로 복원될 때 가장 명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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