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을 안은 채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비가 -
1
사물을 관통하여 흐르는 시간의 혼,
그것을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내게 항상 두려움의 기억과 얽혀있다.
두고두고 두려움 없이는 회상할 수없는 지난 시간들,
지금도 시시때때로 치받치는 참을 수없는 분노와 설움,
지독한 경멸과 쓰라린 패배감,
뇌리를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는 이 어마어마한 슬픔과 허기.
그 먼길을 달려와 미술관을 가려다 전당포로 잘못 들어온 참담함,
나는 뜨거운 수치심을 느낀다.
가장 끔찍한 과거와의 대면을 망각하고 가는 인생도 있지만,
그것을 궂이 환기함으로써 나아갈 힘을 얻는 삶도 있다.
기억을 이길 수만 있다면,
그 상처들을 사려깊게 넘어설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상처와 두려움으로 쌓인 기억을 넘어서야 자유롭지 않겠는가.
내 딴에는 잘 해보려고 했지만,
돌아보면 온 20년을 다 바쳐 망조가 드는 길로만 숨가쁘게 치달려온 셈이다.
내가 가려던 곳과 전혀 다른곳에 와 버렸음을 실감한 순간,
이 절대적인 낯 섦은 차라리 이곳에 대해서가 아니라,
내가 애초에 가려던 곳에 대해 느끼는 절망이었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려고 했던 것일까.
2
늘 어긋나기만 했던 내 짐작에 따르자면,
그 시절 나는 모든 우연을 필연화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
사람, 적어도 20여명의 '사람의 얼굴'이 스크리닝 되어 지나간다.
한 때는 동료였고, 한 때는 친구라 불리웠던 사람들, 그들은 너무도 가까이에서 나를 근접했다.
누군가는 날 보고 과거에 사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가?
청산되지 않은 과거도 과거가 될 수 있을까.
먼지만큼으로라도 세상에 이 조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저의 간절함이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4.24
신화
시작입니다.
샘,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