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 진다.

조회 수 6012 추천 수 0 2013.07.12 09:28:46
축의금 만 삼 천원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철환아, 나 형주!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번 돈이 만 삼천 원이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희망을 노래했던 어린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데요.
장사는 무엇으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 이철환씨가 쓴 '연탄길' * 정리 -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36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리가 있겠어요 2012-11-29 5379
135 - 비밀을 안은 채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비가 - 기관장님께 드리는 글 - 1 [3] 2015-04-24 5377
134 너 무엇하고 있는가? 2013-04-03 5370
133 정년 [2] 2012-08-16 5368
132 조출선전전...투쟁~ [1] 2012-07-11 5366
131 한국 남자 찌질하다고? 여성 차별만 있다고? [1] 2012-07-10 5357
130 레프팅 신청 여기 하는게 맞는지??? [1] 2012-06-21 5348
129 대법원장의 말 [1] 2012-07-24 5307
128 [화제의 책]"불법과 합법 넘나드는 역외탈세 중심국" 2012-06-19 5307
127 다 잃어도... 2012-07-05 5306
126 근무시간 채우기 위한 강제OT [14] 2019-01-25 5295
125 먼 훗 날에.... 2015-09-03 5291
124 [장소변경] 노동운동 이틀 학교 2015-08-11 5259
123 천국과 지옥은 마음속에 있다 2013-04-03 5232
122 근무표 관련하여 글 올립니다. [5] 2016-08-23 5226
121 교수식당은 맛이 어던가요? 교수전용 주차구역은 차별 아닌가요? [냉무] [10] 2019-04-06 5221
120 야쿠르트와 건강즙 통제라니요? [2] 2017-01-19 5197
119 [기호2번 한상균 후보조] 첫 직선 임원, 기호2번에 맡겨 주십쇼! 2014-12-16 5164
118 왜 간호사만 해야되나요????? [6] 2019-08-13 5152
117 노조교육 하반기 추진 부탁드립니다 2017-03-29 5141
 

아주대의료원지부 로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