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소설 '노인과 바다'의 영감을 받은 쿠바, 코히마르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쿠바

 

 

치열했지만,

결국 남루한 내인생은,

사흘간의 사투끝에 잡아올린 고기가 상어떼의 습격을 받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대한 뼈만 남는 청새치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나라에 대해 절벽을 느끼고 사람이 바닥까지 약해질 때,

그것은 육신의 곤곤함이 아니라,

정신의 패닉이었습니다.

 

사법부의 잣대가 인간의 존엄성에서 판단되고 이성적 상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강자들의 잘못된 욕망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대한민국 질서는,

과거도 현재도 또 내일도 영원히 미래 진행형이란 절망,

 

수치심과 분노로 밥을 먹을수도, 잠을 잘 수도,

아무런 의욕도없는 무기력상태로 가면서

7.22.퇴근하는 승용차 안에서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돈이나 권력보다는 지성과 지식을 높이 보았고,

내가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하지 않는 한,

사회든 국가든 그 누구도 내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주치의와 간호사들 그리고 함께 입원해있던 분들의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평범하다고해서 그들의 꿈과 영혼이 풍요롭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과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

소박하지만 그들을 나는 엘리트라 생각했습니다.

 

41kg까지 내려갔던 몸무게가 퇴원을 기점으로 46kg까지 회복되자,

나는 간단하게 짐을 꾸려 언젠가는 가 보리라던 아바나로 향했습니다.

서울(대한항공) --> 토론토(캐나다 에어라인)--> 아바나 노선은,

환승시간까지 하면 30시간이 넘는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1950년대 쿠바혁명을 이끌었던 '혁명 동지' 체 게바라(왼쪽)와 피델 카스트로. 혁명 완수 직후인 1960년에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친미 독재정권 축출 후 카스트로는 국가평의회 의장을, 게바라는 중앙은행 총재,

공업장관 등을 맡았다가 공직에서 물러나 콩고·볼리비아에서 혁명군을 이끌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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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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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ret 극장, 어디서나 볼 수있는 5~60년대의 Old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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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아바나의 카테드랄 데 산 크리스토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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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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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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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m의 방파제( 말레콘)

 

 

고단하고 지루하고 권태로왔던 삶에서

이제야 자유를 얻은 것이고,

독서와 여행과 사색으로 삶은 조금 더 살만해지고,

우리의 유한한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또한  너무 오랫동안 참아야 했던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폐허에서 개발독재에 의한 짧은 시간에 OECD대열에 합류했지만,

약육강식의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 인권. 평등, 격차등등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인권은  최하위에서 방황하고,

자살율, 이혼율등은 1위인 나라,

헬 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말로 젊은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땅, 대한미국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그들 내면의 소리를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면 앞으로 삶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낯섬과 설램 !

그것을 꿈꾼다면 한번 쯤 동경하는 외계나라 Cuba.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쿠바

 

오래된 낡음,

과거와 현재의공존,

문명의 세계가 멈춘 땅,

혁명, 체게바라, 헤밍웨이, 말라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시가, 모히또

 

그리고 무인도를 비롯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산호초의 아름다운 카리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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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코히마르에서 바다낚시를 즐겼다

 

 

아바나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적한 어촌마을 코히마르

비치카우치에 누워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모히또'를 마시며 '노인과 바다'를 읽었습니다.

지난 3년 이래 처음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데 그것도 낯선 문명의 삶과 문화를 접하는 것이라면,

얻는 것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문명사회에서 스스로 야만의 질서에 떨어졌다는 후회로 하루 몇 번씩 뒤로 넘어갔지만,

짧은 일정에서도 쿠바노들의 낙천성과 친절함에서 오는 따뜻함은 쿠바가

'처음인 사람은 있어도 한번인 사람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그런 쿠바노들에게서 가난은 단지 조금 불편 할 뿐이라는 유연한 마음과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야하는 열린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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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사랑한 헤밍웨이에 대한 애정으로  배의 닻을 녹여 만들었다는 헤밍웨이 흉상

 

 

 

하지만 혁명이라는 기치아래 쿠바 민중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

명의 꿈은 소비에트 식 계획경제와 미국의 고립 정책으로 처참하게 좌절되었습니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버릴래야 버릴 게 없고,

돈주고도 살래야 살 것이 없는 상황을 수십 년간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말레콘(방파제)은 진짜 아바나가 되었습니다.

빈털털이의 시민들은 이 방파제 외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쿠바노들은 강인한 생명력과 특유의 낙천성으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의 조각들을 모아 온갖 종류의 노래와 춤을 만들어냈습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그리고 거기에는 무한정으로 주어지는 태양과 파도와 바람과 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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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콘(방파제)에 앉아 석양을 낚는 쿠바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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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성과 카리브해의 치명적인 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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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브해 말레콘의 일몰

 

 
어디에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는 없지만,

사는 동안 자신의 선택지는 분명있습니다.

정의, 인권, 정치성향, 정체성, 관심분야, 사회의식, 약자에 대한 배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정의는 없을 겁니다.

다만 가깝고자하는 노력만이 있은 뿐,

더욱이 그 노력이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것일 때,

사람들은 투쟁을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존경'이라는 훈장을 수여합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는 링컨과 마틴 루터킹 목사를 존경했고,

이런 피델 카스트로를 세계인권의 상징인 넬슨 만달라가

그리고 버럭 오바마가 존경하는 인물이 넬슨 만델라라니 이들의 공통점은 약자를 향한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용기의 '시대정신의 선순환'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2016.3. 오바마가 쿠바를 방문 라울 카스트로와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를  공식선언하면서 88년 만에 두 나라는 화해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바람은 50여 년간 사회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쿠바인들을 행복하게 할까요.

그 바람을 겪어내면서 쿠바인들은 혹독한 내홍을 앓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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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를 문 체 게바라

 

  

짐도 줄일 겸,

문명세계에서 가져온 남은 커피, 화장품, 아직은 쓸 만한 손때 묻은 가죽가방,

선물로 준비했던 칠보팔찌등을,

여행 내내 기운 없어하는 나를 가족처럼 돌보아준,

까사(민박집)의 마르티나에게 건네고 다음에는 꼭 서울에서 만나자며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며칠째 바람이 불더니 떠나오던 날은 새볔 안개 속으로 싸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배웅하던 마르티나 부부가 눈에 밟혀 잠시 허둥거렸습니다.

여명이 스치는 아바나공항은 저만치 안개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Adieu Habana  !

 

나는 이 여행에서  진정한 인간성의 근원을 확인하며,

지나간 내 삶이 결코 무용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신을 긍정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

삶에서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감당할 가치가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바나를 떠났습니다.<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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