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HSBC, 마약 및 테러 자금 세탁" /

[분석]"돈 되면 무엇이든 한다"는 글로벌 대형은행 상징적 사례 / 이승선 기자 2012-07-18

세계적인 글로벌 대형은행 HSBC가 마약조직의 돈세탁 등 불법 금융거래의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상원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몇 년동안 치밀하게 조사한 끝에 보고서를 통해 폭로하고, 17일(현지시간) 청문회까지 열어 추궁하자 HSBC 측도 보고서에 나온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HSBC 은행은 지난 7년간 우리 돈으로 수십조 원대의 멕시코 마약조직 자금의 돈세탁 통로 역할을 했다. HSBC는 전세계 80개 국에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대형은행으로, 미국과 멕시코의 현지법인끼리 멕시코 마약조직의 자금을 취급했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금융거래 금지조치도 비웃듯

지난 2005년 북한에 대한 미국 당국의 금융거래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HSBC는 북한과 불법적인 금융거래도 몇 년간 지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북한과 공식적으로 거래하는 유일한 은행은 방코델타아시아(BDA,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 소재)로 알려져 있었는데, 미국 당국의 조치로 방코델타아시아에 있는 북한 계좌들이 동결되자 북한은 우회 계좌를 개설했고, 이 통로가 바로 HSBC였다는 것이다.

2005년 7명의 북한 고객 명의로 개설된 계좌는 2010년까지 존재했고, 2007년 5월까지 이런 계좌에 우리 돈으로 수십억 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의 자금과도 연계돼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알카에다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나오는 곳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와 방글라데시의 은행들과도 거래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HSBC의 각종 혐의는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는 글로벌 대형은행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HSBC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이란 등 '적성 국가'들과 거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약 등 돈세탁도 꺼리낌없이 취급했기 때문이다.

 

HSBC 경영진, 7년전부터 알고 있는 문제 방치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사실을 경영진들이 최소한 지난 2005년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나 자체 준법체계 자체가 무너진 탓에 방치돼 있었으며, 이런 문제들로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두 차례나 비공개 경고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자 아이린 도너 HSBC 미국법인 대표는 청문회에 나와 "감독 당국과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데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본사의 HSBC홀딩스의 데이비드 베이글리 준법감시대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HSBC측은 "HSBC의 은행의 구조가 지금은 과거와는 아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상원 조사를 이끈 칼 레빈 민주당 의원은 "HSBC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HSBC의 미국 법인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시장에서는 HSBC가 은행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10억 달러를 물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비호·묵인 없이 가능한가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대형은행들에 대한 신뢰는 더욱 타격을 받게 됐다. HSBC의 비리가 폭로되기에 앞서 논란이 된 글로벌 대형은행들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운영 행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최근에 사례는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리보금리 조작이다.

국제 금융거래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리보금리를 결정하는 일부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자기들의 차입비용을 적게 보이려고 리보금리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여기에는 바클레이즈와 HSBC 등 무려 12개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리보금리 조작이나 이번 HSBC 문제도 금융당국 내부의 비호가 없었다면 지속가능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중앙은행의 머번 킹 총재는 리보 금리 조작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에 이미 리보 금리 조작 가능성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미국 중앙은행 Fed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