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잘 지냅니다

조회 수 11510 추천 수 0 2016.10.31 16:21:55

안녕하세요,

 

저는 2016.9.30. 자로 해고되어 백수로 잘 지냅니다.

2016.7.22. 퇴근 중 승용차안에서 쓰러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체중이 41kg(평소 체중의 20%)까지 내려갈 만큼 격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한고비 넘기고 휘트니스센터에서 개인 PT하면서 체력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읽을 책이 있어 도서관에 자료찾으로 왔다가 의료원지부 홈페이지에  들어왔습니다.

님들의 글을 읽자니 눈물이 핑 돌며 여전히 계급사회라는 -하긴 얼마나 되었다구-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 이었던 거 같습니다.

 

 3년전 연구지원팀에서 배제되어(2013. 12.16.) 암발병부서인 중앙공급실을 거쳐 5개월의 무급휴직, 4개월의 대기발령

그리고 00센터 XXX의 최소12차례의 폭력에 대한 형사고발, 그에 대한 보복으로 직위해제 및 대기발령되어 당직실로 유배, 

화장실 가는 것 빼고는 다 보고하라는 XXX의 지시로,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하는 의료원의 무지한 3류 정서는

Yakyuk gangsik의 상식없는 직장을 선택한 업보로,  5대의 cctv와 홀로도생해야하는 외로움.

 

수사관조차 기관과 XXX에게 '제얼굴에 침밷기'라며 이미 써놓은 시나리오라고 안타까워 했지만,

거대한 국가폭력에 개인은 쓰러지는 것으로  제게 복수했습니다.

 

1999년 부터니까 16년간의  악몽에서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무력감과 우울, 악몽, 불면, 식욕부진등등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부터인가 집안일을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고 합니다.

 

남편이 밥은 먹여준다니까, 

지난 20여년 통근 하느라 잃어버렸던 아침시간을 당분간 느긋하게 즐기려고 합니다.

7~8시까지 자고, 막장이라는 아침드라마도 보고, 내일 아침 일어날 걱정 안하고 친구들과 늦게까지 수다도 떨고,

주말농장에서 땅콩과 고구마를 생산하는 신기함,  브런치카페의 여유도 어느 덧 낯설지 않습니다.

 

 

세상은 어찌해도 진보한다고 믿는데 정말인 것 같습니다.

 

부패한 대한민국 특히 국가기관에 몸서리를 치며 뉴욕으로의 이주도 생각했는데, 

우리의' 절대지존'께서 러시아의 마지막왕조  로마네프왕가를 쓰러뜨린 요승 '라스푸틴'

또는 려말의 괴승 '신돈'과 같은 최태민과 그의 딸들과 손자들까지 이어진 40여년의 질긴 악연에 둘러싸여 자행된 국정농단이,

늦었지만  지존 임기네 발각되어 '권력의 끝'은 어떻게 되는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박근혜 게이트'.

이것은 매우 희극적인 우화입니다.


시키는 일에만 길들여지며 복속하던 충복들이 마침내 고개를 숙였고,

국민들은 알아버렸습니다.

그들이 무릎 꿇고 복종하던 그 지존의 권력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기꾼 잡범'었단 사실을

 

자업자득이지요.

 

바로잡지 못한 역사는 반드시 반복됩니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의료원은 변함없는 것 같군요.

20여년 골치거리를 치워버려- 이런 예의없는 상스런 표현은 아주 일상인 인간이 있지요-  축배라도 드는가,

 

서울 본가가 재건축에 들어가 요즘 용인에 머무는데.

오후 1시경 느지막히 도서관으로 나서면,

 

'나주집'이라고 한우 전문집에서 이빨쑤시며 나오는 의료원 기관장들과 팀.파트장들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 중에는 가장 열성적으로, 

나의 부당 해고를 주도한 어떤 인간도 보여 한번 쯤 노려보기도 합니다.

 

아마, 근처에 태광 골프장이 있지요.

 

 

 

.........

 

오늘은 조지훈 시인의 '사모'의 마지막 연으로 작별을 대신합니다.

 

 

사랑을 다해 사랑 하였노라고
정작 할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Adie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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